논문을 읽고서

인지적 종결욕구란?

페어베어 2025. 1. 31. 18:43

  인지적 종결 욕구는 개인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명확한 결론을 내리려는 경향을 의미한다(Kruglanski 1996). 인지적 종결 욕구가 높은 사람들은 명확하고 확실한 결론에 빨리 도달하려는 성향을 보이며, 다양한 증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한 사람의 다양한 면모를 간과하게 만들며, 첫인상을 바꾸려 하지 않는 행동을 유발한다(Kruglanski, 2024). 후속 연구에서는 안정애착 성향일수록 인지적 종결 욕구가 낮고 호기심이 높은 성향이 있으며(Collins 1996), 불안정한 애착일수록 초두효과의 함정에 잘 빠져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Mikulinder 1995). 이를 종합해 보면, 인지적 종결 욕구가 높다는 것은 빠르게 불변한 최종 결론을 형성하고, 그 결론에 대한 반론이 있어도 섣불리 자신의 판단을 수정하지 않으려는 인지 편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지적 종결 욕구에 대한 해외 연구는 이미 상당한 진척이 이루어졌다. Collins(1996)의 연구에 따르면, 안정 애착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인지적 종결 욕구가 낮을 것이라는 가설이 입증되었으며, Mikulinder(1995)의 실험에서도 인지적 종결 욕구가 낮을수록 안정 애착 성향과 호기심이 높게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양상을 보였다.

 

1. 안정 애착과 불안정 애착 두 유형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함.

2. 두 집단 모두에게 특정 개인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정보를 제공함

3. 불안정 애착 집단은 먼저 제공된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했음(부정적 정보를 먼저 제공받으면 부정적으로, 긍정적 정보를 먼저 제공받으면 긍정적으로 편향됨).

4. 반면, 안정 애착 집단은 정보의 제시 순서와 무관하게 일관된 판단을 유지하며 초두효과의 영향을 덜 받았음.

 

  뿐만 아니라, Jost et al.(2003)의 연구에서는 인지적 종결 욕구가 높은 사람들이 정치적 보수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전통적인 가치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며, 이와 관련하여 사회적 동일시(Social Identification)와 집단 중심적 사고가 강화된다고 보고되었다. 실제로 Kruglanski et al.(2006)은 인지적 종결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고, 기존 사회 질서를 정당화하려는 태도를 가질 확률이 높다고 분석하였다.

  사회적 지위와 관련된 연구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자신의 공동체의 일원으로 느끼는 정체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실패를 주제로 작문을 한 참가자들이 성공을 주제로 글을 작성한 참가자들보다 자신의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더 강하게 표현했으며, 삶의 의미가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자기 확신이 흔들릴 때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더욱 강조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저자인 Kruglanski는 인지적 종결 욕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제시하였다.

 

1. 인지적 종결 욕구는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능력을 제한한다.

2. 불확실성은 사람들이 내집단(in-group)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높은 종결 욕구 상태에 처한 사람들은 내집단에 더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며, 외집단(out-group)에 대한 거부감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3. 인지적 종결 욕구가 높을수록 기존 신념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며, 새로운 정보나 반론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음.

 

  인지적 종결 욕구가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 부족, 우울 및 불안 수준 증가와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정신 건강과 관련된 인지적 종결 욕구 연구가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김은경 2020). 그러나 인지적 종결 욕구는 의사 결정, 정치적 태도, 사회적 신념, 정신 건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국내의 경우 100개도 안되고, 특히 정신건강 영역에서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아무래도, 이 이론이 기존 사회심리의 이중 과정 모형에서 벗어난 연구이기 때문에 더 그런듯하다.

  그러나, 인지적 종결 욕구 개념은 여러 사회적·심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데 꽤 유용하다. (지금 어지러운 한국사회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듯하다.) 예를 들면, 정치적 광신 같은 극단적인 신념이 왜 생기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음모론 수용이나 가짜 뉴스 확산처럼 사람들이 비판적 사고 없이 특정 정보를 맹신하는 이유를 잘 설명했다. 또, 고정관념과 편견 유지, 집단 극화 현상 같은 사회적 신념이 강화되는 과정도 풀어낼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선행연구가 많지 않기에 변인탐구에 대한 논문으로 쓰기 적당하다.  다른 주제와 겹치지도 않기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연구계획서로 써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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